2025년 3월 9일 루루맘의 53번째 생일날

일년에 한번 뿐인 특별한 생일날, 무슨 재료로 미역국을 끓일까 고민하다 생합과 바지락으로 조개 미역국을 끓여야겠다 결정하고 북적이는 시장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지난 날을 회고하게 되었어

신혼의 단꿈, 당신에겐 현재 진행형인 상처로 얼룩진 시간들, 내 욕심만 채우며 그 기쁨에만 행복해했던 크나큰 지난 날의 과오
사랑하는 내 딸 루루와의 만남, 루루와 당신 그리고 내가 함께했던 2주간의 행복했던 가족 여행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꺼야
모든 걸 정리하고 초라한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서도 현실 감각이 없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외면했던 날들

나의 전부였던 사랑하는 루루가 떠나던 날, 기억 상실증에 걸린 마냥 울다 쓰러져 지쳐 잠이 들고 깨어 상실감에 울다 쓰러져 잠들었던 반복된 생활, 피골이 상접할 만큼 살이 빠지고 걷지도 못해 엉금엉금 기어다녔던 6개월의 스친 기억들
상실감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당신이 손을 내밀어 함께 걸었던 인사동, 덕수궁과 돌담길 그리고 명동, 정말 당신에게 고마움이 컸었던 것 같아

루루를 떠나 보낸 후 내 하나뿐인 부양 가족, 당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그 어떤 지난 날 보다 노력했던 시간들
그땐 최소한 잘못 꿰매어져 상처로 얼룩진 당신의 신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어
부모와 같은 심정이였을까?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당신을 정말 가족이라 여기게 되었고 남에게 무시받지 말라고 내가 지켜야 한다고 내가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남편으로 가장으로서 그제서야 책임을 느꼈던 것 같아
이제 와 생각하니 곧이 곧대로 손에 쥔 내 주먹만큼의 크기로 세상을 가리고 펼치려 하였으니 애써 고생하는 당신의 하루하루는 필연적인 결과였을거야 아 물론, 막내 근성이라고 당신 욕심이 우선인 건 부인할 수 없겠지만😜

루루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건만 내 의지를 꺾어 버린 당신을 원망하기도 했었지
구름이와 마루를 가족으로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쯤 갑작스러운 구름이와의 이별은 무척 슬프고 아팠고 더 잘해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자책, 홀로 이별을 감당해야 했던 결단의 시간들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당신의 출국 이후 먹이겠다고 사둔 간식을 마루에게 먹이면서 먹순이 구름이가 얼마나 서운하고 억울해 했을까 싶어 마음이 미어지더라
구름이 몫만큼 마루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지, 요녀석 아프지 않기를 늘 기도하고 지켜보고 있어

둘이 함께할 인생에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게으르지 않고 무얼 해 보겠다는 소소한 생각조차도 실천하면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이 펼쳐질 거라 생각해

난 지난 날 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고 더 소중해, 이제서야 조금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어제 보다 더한 마음을 더해 오늘을 살고 그러한 마음을 더해 함께할 내일을 준비하도록 할께

일년에 한번 뿐인 특별한 생일날 아침 정성을 다해 조개 미역죽을 준비하고 당신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쁘네
그 어떤 무엇보다 건강을 최고라 여기고 하나하나 이뤄 나아가기를 기원하는 특별한 날의 소원과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과 행운이 넘쳐나는 루루맘의 53번째의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께

우리 함께한지 26년째인 올해 특별하고 소중한 당신의 생일날에 감사드리며
당신의 53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