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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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이 3,585 3 2003.01.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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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부디 사랑이 더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


 꽃게와 함께 어린 왕자는 갈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늘도 갈매기는 오지 않았다

벌써 열 흘 째!

 "언제쯤 갈매기는 돌아오는 걸까?"

어린 왕자는 갯벌에 쪼그려 앉아 꽃게에게 물었다

 "………"

꽃게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꽃게야, 분명 갈매기는 올 거야 기운 내!"

어린 왕자는 눈물 범벅이 된 꽃게가 안쓰러웠다

 "흐~흐  갈매기는 다신 오지 않을 거야
  … 못난 나 때문이야"

꽃게는 슬픔에 못 이겨 그만 나무가 쓰러지듯 천천히 쓰러졌다

그렇게 한참,

해님이 달님이 되고 달님이 다시 별님을 부를 때 꽃게는 깨어났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어린 왕자는 꽃게의 이마에 맺힌 땀을 조심스레 닦았다

꽃게는 기운을 차렸는지 갈매기와 있었던 얘기를 상세히 들려주었다

 "나와 갈매기는 무척 사랑하는 사이였어
 갈매기는 늘 나에게 바다 깊숙한 곳에서 어여쁜 해초반지도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별목걸이도 선물로 주곤 했어"

 "그런데 왜 갈매기는 지금, 네 곁에 없지?"

어린 왕자는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나 때문이야 내가 갈매기를 힘들게 만들었거든"

 "그렇게 생각하지 마!
 꽃게 너 때문에 갈매기는 분명 행복했을 거야"

  "난 어느 순간부터 갈매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갈매기에겐 아름다운 날개가 있고 피부도 눈송이처럼 맑고 투명한데
 나에겐 날개는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늘 옆으로 뒤뚱뒤뚱 걷잖아
 더군다나 온 몸은 잔뜩 흙투성이인데다가…
  …… 흐~흑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사실 그런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야
 그래서 갈-매-기-가 날 떠났어 ....흑흑."

"분명 떠난 게 아닐 거야!
  너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없었던 자신이 미웠을지도 몰라
  그래서 잠시 자릴 피했던 것일 거야"

어린 왕자는 강한 신념으로 말했다

 "어린 왕자님! 갈매기는 올까?
  … 난 내가 제일 미워"

꽃게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맥없이 말했다

"사랑은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거야"
  자신을 미워하는 자가 어찌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겠니?"
어린 왕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꽃게와 어린 왕자는 파도방울에 기다리는 마음을 실어 수평선 너머로 날려보냈다

 "저 노을이 수평선에 묻히면 분명 갈매기는 올 거야
  너의 마음이 저 노을이란 걸 갈매기도 알 테니까"

어린 왕자는 바다처럼 포근하게 말했다

 "어린 왕자님 노을이 점점 녹고 있어요"

그 때였다

노을과 수평선이 하나의 선이 되는 그 순간,

저 멀리서 퍼덕거리는 날개소리가 들려 왔다

바로 갈매기였다

 "저기 봐! 저기 봐!
  갈매기야! 돌아오고 있어!"

꽃게는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

그런데 ……

갈매기의 모습이 왠지 이상했다

파도방울에 몸의 절반 이상이  잠긴 채 날아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중심을 잃은 채 삐뚤비뚤…

 '갈매기가 왜 그러지?" 꽃게는 마음이 바빠졌다

갈매기는 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갯벌에 코를 처박고 말았다

그다지 아름다운 착륙은 아니었다

언제나 부드럽고 사뿐하게 착륙을 했었는데 엉성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갈매기는 금세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왜 그래? 왜 그래? 갈매기야~ 왜~?"

눈물을 왈칵, 쏟으며 꽃게는 절규했다

 "미안해! 꽃게야! 많이 기다렸지?"

갈매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네 모양이 왜 그래?
  … 아니야 내가 미안해 … 정말 미안해 …"

꽃게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울지마 꽃게야 … 자 봐! 내 모습을
  이제 나도 너처럼 제대로 걸을 수 없어 그리고 자 봐! 흙투성이지?
  … 이제 됐지?  … 한 쪽 날개를 잘라 버렸거든"

갈매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꽃게는 헉헉거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꽃게야, 난 괜찮아
  너와 같아질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걸 버릴 수도 있어"

갈매기는 반쪽 날개로 꽃게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꽃게, 어린 왕자, 그리고 갈매기는

그 후로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을이 사라진 깊고 숭고한 바다,

그 사랑의 울림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

어른동화 <쌩떽쥐베리가 빠뜨리고 간 어린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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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유은미님의 댓글

유은미 2003.01.09 19:23
갈매기가 꽃개를 사랑하는 마음 나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를 편안하게 해줄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하는 그마음을 나는 배워야 할것같네요 상대에게 왜 내가 이렇게 원하는데 안해줘~~라고 말할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넬리母님의 댓글

넬리母 2003.01.09 13:51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렇고..이 이야기도 그렇구나.. 아..안타깝다.. 조금만 타이밍을 잘 맞췄으면 날개를 자를 필요도 없이..둘은 다시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습이었을텐데.. 가끔은.....그 갈매기의 멋진 날개가 그늘도 만들어주고 부채도 되어주었을텐데... 왜.....우리는 항상 뒤늦게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일까....동화조차도 그렇게 하면 더 감동을 주는 것일까.. 나와 다른 모습을 사랑하는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되겠구나.....~.~;;

냐옹이님의 댓글

냐옹이 글쓴이 2003.01.09 06:04
사랑은...그런가봅니다... 자신이..가진것...그사람을 위해..버리고...버려... 아무것도...남아 있지..않지만... ..버린것들이..아깝거나..아쉽기는 커녕... 그것을 버림으로 인해..그사람을...사랑을...가슴속에..더..많이 채울수 있어...오히려..버릴수 있었음을..감사하게 되는것.... 그런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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