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현재 국내 애완견은 300만마리, 애견 인구는 600만명에 달한다. 멋진 애견을 가진 주인이라면 한번쯤 욕심낼 만한 연예계 데뷔. 그러나 지금까지 방송·광고·영화를 통해 스타 대열에 오른 견공은 불과 20여마리뿐이다. 관심이 있어도 '길'을 몰라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견공들이 지금 브라운관을 보며 'VIP 미래'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타견의 기본은 타고난 끼


영상물 촬영은 장시간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카메라 셔터를 견뎌야 하므로 대인·대물 공포증이 없어야 한다. 한마디로 무대 체질이면 '만사 OK'다. 아름다운 털은 최고의 무기. 골격이나 근육, 치열 상태도 해당 견종을 기준으로 스탠더드해야 한다. 여기에 풍부한 표정을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람 못지않은 연출을 척척 해내기 위해서는 말귀를 잘 알아듣는 영리함도 갖춰야 한다. 혈통서는 기본이며 전람회(도그쇼)에 출전한 경험이 많으면 유리하다.


외모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 상태다. 영화촬영의 경우 주인공과 함께 몇달씩 강행군을 펼쳐야 하므로 양질의 훈련과 영양공급을 통한 강한 체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못생긴 '비실이'도 실망은 금물! '기본'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 수 있다. 영화·CF와는 달리 TV 쇼프로에서는 '나만의 장기' 하나만 보고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주인이 스타견 만든다


혼자 보기 아까운 멋진 애견이 있다면 '얼굴 알리기'에 나서자. 애견동호회 등 마니아들이 모이는 장소에 자주 데리고 나가 시선을 끌어야 한다. 한두가지 장기를 즉석에서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애견가족사진 콘테스트도 또 다른 길. 주인과 함께 연출한 멋진 사진이 수상 대열에 올랐을 때에는 모델견 활동 기회가 주어진다. 비용이 좀 들기는 하지만 전국에서 연간 20∼30차례 열리고 있는 전람회도 부지런히 참가해야 한다.

또 다른 지름길도 있다. 바로 한국애견협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도그프로덕션' 사업이다. 방송·영화사와 애견 주인을 연결해 주므로 등록만 해 놓으면 캐스팅 찬스가 비교적 많이 주어진다. 한국애견협회 최지용 기획이사는 "스타 개념이 보편적이지 않아 지원요청 건수가 미미하다"며 "어차피 대부분의 캐스팅이 소개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자격만 된다면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의 길은 험하다


성공적으로 스타견의 대열에 올랐다 하더라도 '무리수'는 금물. 매니저인 주인은 스케줄을 잡을 때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생후 3∼4개월 미만 강아지의 경우 촬영 쇼크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이사는 "한정된 제작비 때문에 제작사측에서 싼 가격에 강아지를 구입해 마구 다루고 나서 버리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개에게 무리를 주지 않고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 핸들러와 미용사, 그리고 주인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정 기자 opus@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