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하니통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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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하니 4,263 10 2003.05.0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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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



-N.EX.T

 
----------------------------------[ 하 니 통 신 ]----------------------------------


사진속의 치와와는 하니와 세니의 아버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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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깜코와패거리들님의 댓글

깜코와패거리들 2003.05.10 00:27
아하...난 마지막에 넥스트란 글씨를 못봤어.. 하하하..수형이..이거 왜 이러니? 우리 어렸을때 엄마,아빠 병원에 입원해 계실때 같이 병실에서 뒹굴면서 큰 사이면서...훔.....(x10)(x10)

Bubbles님의 댓글

Bubbles 2003.05.09 16:09
나도 알아 이 노래. 몇 안되는 넥스트의 감성적인 노래중 하나 (굳이 비슷한 세대(??)처럼 보이고 싶어서 참견해봄)

하니님의 댓글

하니 2003.05.09 11:46
전화해줘.ㅎㅎㅎㅎㅎ

과일촌님의 댓글

과일촌 2003.05.09 11:30
ㅋㅋㅋ 하니의 마음이 담긴 글이야? 아니면 수형이 마음이 담긴 글이야? 아뭏튼 누누히 말하지만 수형이가 이런글을 올릴때마다 신기해 죽겠어. 병원에서는 왜 안 잡아가는지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직접 전화를 해야 겠어. ㅋㅋㅋ

유은미님의 댓글

유은미 2003.05.09 10:24
하니가 어제 어버이날이라고 아부지 생각했꾸나 아구 기특하다 음 역시 하니는 먼가 다르단 말이야

불타는 연장통님의 댓글

불타는 연장통 2003.05.09 07:33
나 이거 정말 좋아하는데.. 넥스트 레코드판 예전에 샀었던거 있는데.. 기분이 안좋을때 이거 들음..맘이 촥 가라앉는것이..참 좋아. 어제 다들 잘 보냈겠지? ^^~~~ 하니아부지 사진을 올려놓으니까 더 찡하다..ㅠ.ㅠ 건강하소서~~

하니님의 댓글

하니 2003.05.08 17:38
동갑이라~~콩이만 기억하는군.ㅎㅎㅎ 갑자기 윤지언니랑 세대차이느껴질라 그럼-.- 태똥인 어려서 잘모르나봐..ㅜㅜ.. 신회초리님의 느끼한 나레이션..좋았지..ㅎㅎ

콩님의 댓글

2003.05.08 15:12
신해철이 넥스트시절에 만든노래...(나래이션)..가슴이 찡하네요...

태똥이님의 댓글

태똥이 2003.05.08 14:19
이 글.. 예전에.. 어디에서 읽었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감명깊게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

아리깜코슈발츠님의 댓글

아리깜코슈발츠 2003.05.08 03:31
훔..하니가 쓴 글이겠지? 그래도 하니가 아빠보다 더 크지는 않을테니..갑자기 작게 느껴지는 아버지를 대할 일은 없겠구만.. 수형~~ 요즘 사춘기?? 쓰는 글들이 예사롭지가 않구만.. ㅎㅎㅎㅎ 아..자야하는데..자야하는데... 글과 사진이 나를 붙잡는구만.. 오늘 어버이날이지? 난...어제 학생이 개교기념일이라서 어버이날인줄 알고..미리 엄마,아빠한테 '효도'를 했지.. 아..피같은 돈......일년에 어버이날이 대여섯번은 되는 것 같아.....음...정신이 없는 관계로...나머지 글들은 내일...봐야할듯.....~.~;;(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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