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애견편지/가까이 흐르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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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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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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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편지/가까이 흐르는 사랑
슈나우저 잡종을 분양 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장석주 시인이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소문을 듣고
아내와 함께 장 시인 집에 이른 것은 정오 무렵이었다.
우리는 장 시인이 끓여 준 커피를 마시고 까만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
강아지 이름을 '보보'라고 짓고 정성스레 기르며
산으로 들로 데리고 다녔다. 보보는 내 앞에 가기보다
뒤를 따랐다. 짖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았다. 그러고보니
그 놈은 눈빛이라든지 하는 품이 우울한 철학자 같았다.
아내와 나는 거의 동시에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저러다가 우울병에라도 걸려 하늘 보고 '컹컹컹컹'
울어 댄다면 동네 개들이 모두 같이 짖을 것이고
우리는 잠도 못 자게 되고 말 것이다. 아내와 나는
보보의 친구를 구하기로 했다.
내가 강아지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이번에는 세종갤러리
이달희 시인이 말티즈 잡종 한 마리를 안고 왔다.
털이 북실북실한 놈이었다. 한데 털이 북실북실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떻게나 먹탐이 센지 보보의 밥을 반쯤 빼앗아
먹는 것은 말할 것 없고, 닥치는 대로 먹어 대다 결국 배탈이
나서 나는 그 놈을 차에 태우고 양수리 동물병원을 세 번이나
왔다갔다 해야 했다.
그럭저럭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말티즈는 강아지
신세를 면하게 됐다. 허리가 길쭉해지고 짖는 소리도
집을 울렸다. 나는 보보와 말티즈를 데리고 산르로 들로 다녔다.
이제 보보는 내 뒤를 따르는 우울한 개가 아니었다.
산을 오를 때면 바람처럼 날았다. 말티즈도 보보를 따라잡으려
땀을 흘렸다. 변하지 않는 것은 말티즈의 먹성뿐이었다.
어느 날은 보보의 밥을 빼앗아 먹고도 양이 차지 않았던지
이웃집에서 족발을 두세 개 훔쳐 와 종일 씹어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새빨간 피를 한 그릇이나 토해 냈다.
나는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는 급성장출혈이라면서
이틀은 입원시켜야겠다고 했다.
내가 정말 놀란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말티즈를
입원시키고 집으로 오니 보보가 나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도 먹지 않고 자지도 않았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말티즈가 돌아온 이틀 뒤에야
보보는 말티즈 코에 자기 코를 대고 한동안 킁킁대더니
말티즈 뒤를 엉금엉금 따라다녔다. 말티즈가 쉬면 보보도
쉬고 말티즈가 걸으면 보보도 걸었다.
나는 '견정(犬情)이라는 것도 아름답고 슬픈 것이로구나
'하고 탄식했다.
개나 사람이나 나무들이나 함께 있어야 아름다운 듯 했다.
@ 좋은생각 4월호 최하림님/시인
슈나우저 잡종을 분양 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장석주 시인이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소문을 듣고
아내와 함께 장 시인 집에 이른 것은 정오 무렵이었다.
우리는 장 시인이 끓여 준 커피를 마시고 까만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
강아지 이름을 '보보'라고 짓고 정성스레 기르며
산으로 들로 데리고 다녔다. 보보는 내 앞에 가기보다
뒤를 따랐다. 짖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았다. 그러고보니
그 놈은 눈빛이라든지 하는 품이 우울한 철학자 같았다.
아내와 나는 거의 동시에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저러다가 우울병에라도 걸려 하늘 보고 '컹컹컹컹'
울어 댄다면 동네 개들이 모두 같이 짖을 것이고
우리는 잠도 못 자게 되고 말 것이다. 아내와 나는
보보의 친구를 구하기로 했다.
내가 강아지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이번에는 세종갤러리
이달희 시인이 말티즈 잡종 한 마리를 안고 왔다.
털이 북실북실한 놈이었다. 한데 털이 북실북실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떻게나 먹탐이 센지 보보의 밥을 반쯤 빼앗아
먹는 것은 말할 것 없고, 닥치는 대로 먹어 대다 결국 배탈이
나서 나는 그 놈을 차에 태우고 양수리 동물병원을 세 번이나
왔다갔다 해야 했다.
그럭저럭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말티즈는 강아지
신세를 면하게 됐다. 허리가 길쭉해지고 짖는 소리도
집을 울렸다. 나는 보보와 말티즈를 데리고 산르로 들로 다녔다.
이제 보보는 내 뒤를 따르는 우울한 개가 아니었다.
산을 오를 때면 바람처럼 날았다. 말티즈도 보보를 따라잡으려
땀을 흘렸다. 변하지 않는 것은 말티즈의 먹성뿐이었다.
어느 날은 보보의 밥을 빼앗아 먹고도 양이 차지 않았던지
이웃집에서 족발을 두세 개 훔쳐 와 종일 씹어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새빨간 피를 한 그릇이나 토해 냈다.
나는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는 급성장출혈이라면서
이틀은 입원시켜야겠다고 했다.
내가 정말 놀란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말티즈를
입원시키고 집으로 오니 보보가 나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도 먹지 않고 자지도 않았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말티즈가 돌아온 이틀 뒤에야
보보는 말티즈 코에 자기 코를 대고 한동안 킁킁대더니
말티즈 뒤를 엉금엉금 따라다녔다. 말티즈가 쉬면 보보도
쉬고 말티즈가 걸으면 보보도 걸었다.
나는 '견정(犬情)이라는 것도 아름답고 슬픈 것이로구나
'하고 탄식했다.
개나 사람이나 나무들이나 함께 있어야 아름다운 듯 했다.
@ 좋은생각 4월호 최하림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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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일 : 2002-09-13 0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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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 꽃천사 루루어무이랍니다.
우리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모두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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