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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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엄마 2,641 3 2002.10.0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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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럽디다.
사람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능력있다고 해서 하루 열 끼 먹는 거 아니고,
많이 배웠다고해서 남들 쓰는 말 과 틀린 말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발버둥치며 살아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깁디다.
백원 버는 사람이 천원 버는 사람 모르고백원이 최고인 줄 알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것입디다.
만원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사는 천원 버는 사람보다 훨씬 나은 인생입디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 세상 원망하고 세상과 싸워봤자 자기만 상처 받고 사는 것,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자기 속 편하고 남 안 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사람입디다.
욕심...
그거 조금 버리고 살면 그 순간부터 행복일 텐데 뭐 그렇게 부러운게 많고 왜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은지.
전생에 뭘 그리 잘 처먹고 살았다고 그렇게 버둥대는지 내 팔자가 참 안됐습디다.
그렇게 예쁘게 웃던 입가에는 어느덧 싼 미소가 자리잡아 있고,
적당히 손해보며 살던 내 손에는 예전보다 만원짜리 몇 장이 더 들어 있습디다.
그 만원짜리 몇 장에 그렇게도 예쁘던 내 미소를 누가 팔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매로 넘겨버렸습디다.

그럽디다.
세상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넓은 침대에서 잔다는 것이 좋은 꿈 꾸는 것도 아닙디다.
좋은 음식 먹고 산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닙디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다 거기서 거깁디다.
다 남들도 그렇게 살아들 갑디다.
내 인생인데 남 신경 쓰다 보니 내 인생이 없어집디다.
아무것도 모르며 살 때, TV에서 이렇다고 하면 이런 줄 알고, 친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살 때가 좋은 때였습디다.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디다.
언젠가부터 술이 오르면 사람이 싫어집디다.
술이 많이 올라야 진심이 찾아오고 왜 이따위로 사느냐고 나를 몹시 괴롭힙디다.
어떻게 살면 잘사는 건지...
잘살아가는 사람은 그걸 어디서 배웠는지 안 알려줍디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말, 그 말이 정답입디다.
누군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을 때, 난 그 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깨가 굽어 있습디다.
죄없는 내 어깨가 내가 지은 죄를 대신 받고 있습디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다가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웃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 궁금해집디다.
알수록 복잡해지는 게 세상이었는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아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지 뭡니까.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질려 버립디다.
알아야 할 건 왜 끝이 없는지.
눈에 핏대 세우며 배우고 배워가도 왜 점점 모르 겠는지.
남의 살 깎아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남보다 나은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둘러보니 이제껏 내가 깎아먹고 살아왔습디다.

그럽디다.
세상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왜 그렇게 내 시간이 없고 담배가 모자랐는지 태어나 살아가는 게 죄란 걸 뼈에 사무치게 알려줍디다.
망태 할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서워 하던 그때가 행복했습디다.
엄마가 밥먹고 어여 가자 하면 어여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물에 만 밥 빨리 삼키던 그때가 그리워집디다.
남들과 좀 틀리게 살아보자고 버둥거리다 보니 남들도 나와 같습니다.
모두가 남들 따라 버둥거리며 지 살 깎아먹고 살고 있습디다.
잘사는 사람 가만히 들여다보니 잘난 데 없이도 잘삽디다.
많이 안 배웠어도 자기 할 말 다하고 삽디다.
그러고 사는 게 잘사는 것입디다.

- 원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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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넬리母님의 댓글

넬리母 2002.10.04 03:19

동감입니다...까짓것...까짓것...저도 동참을 할래요..~.~:;

유은미님의 댓글

유은미 2002.10.03 23:18

망치맘 민아. 내가 이글 읽고. 나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게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드는구나. 참 이렇게 글로 읽을때는 느껴져 오는데 말이야 왜 현실에 처해지면 나는 정말 눈과 귀가 가려지며, 무거운 현실에 버둥버둥 거리고 있을까 민아 고맙다. 이렇게 좋은글을 올려주어서. 잠시 이글을 통해 지난날의 나와 현재의 나를 보여 주는 구나. 알고는 있는데. 생각은 하는데. 꼭 닥쳐오는 일들에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아야 우리 우리말이야 이글 처럼 사는거 그거 별거 아닌데 말이다. 어짜피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거라면. 다 똑 같은데 말이야 욕심을 조금 버리고. 웃음의 참이 무엇인지 행복의 참이 무엇인지. 우리 한번 느껴 보장. 배워보장. 까짓것 우리의 맘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데 현실이 안바뀌겠니. 힘들더라도 까짓것 .... 까짓것. 알았징... ?

망치엄마님의 댓글

망치엄마 글쓴이 2002.10.03 22:44

루루언니..걍 생각나서 몇가지 올리고 가..^^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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