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하니통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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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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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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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
-N.EX.T
----------------------------------[ 하 니 통 신 ]----------------------------------
사진속의 치와와는 하니와 세니의 아버지입니다.
^^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
-N.EX.T
----------------------------------[ 하 니 통 신 ]----------------------------------
사진속의 치와와는 하니와 세니의 아버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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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깜코와패거리들님의 댓글
아하...난 마지막에 넥스트란 글씨를 못봤어.. 하하하..수형이..이거 왜 이러니? 우리 어렸을때 엄마,아빠 병원에 입원해 계실때 같이 병실에서 뒹굴면서 큰 사이면서...훔.....(x10)(x10)
Bubbles님의 댓글
나도 알아 이 노래. 몇 안되는 넥스트의 감성적인 노래중 하나 (굳이 비슷한 세대(??)처럼 보이고 싶어서 참견해봄)
하니님의 댓글
전화해줘.ㅎㅎㅎㅎㅎ
과일촌님의 댓글
ㅋㅋㅋ 하니의 마음이 담긴 글이야? 아니면 수형이 마음이 담긴 글이야? 아뭏튼 누누히 말하지만 수형이가 이런글을 올릴때마다 신기해 죽겠어. 병원에서는 왜 안 잡아가는지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직접 전화를 해야 겠어. ㅋㅋㅋ
유은미님의 댓글
하니가 어제 어버이날이라고 아부지 생각했꾸나 아구 기특하다 음 역시 하니는 먼가 다르단 말이야
불타는 연장통님의 댓글
나 이거 정말 좋아하는데.. 넥스트 레코드판 예전에 샀었던거 있는데.. 기분이 안좋을때 이거 들음..맘이 촥 가라앉는것이..참 좋아. 어제 다들 잘 보냈겠지? ^^~~~ 하니아부지 사진을 올려놓으니까 더 찡하다..ㅠ.ㅠ 건강하소서~~
하니님의 댓글
동갑이라~~콩이만 기억하는군.ㅎㅎㅎ 갑자기 윤지언니랑 세대차이느껴질라 그럼-.- 태똥인 어려서 잘모르나봐..ㅜㅜ.. 신회초리님의 느끼한 나레이션..좋았지..ㅎㅎ
콩님의 댓글
신해철이 넥스트시절에 만든노래...(나래이션)..가슴이 찡하네요...
태똥이님의 댓글
이 글.. 예전에.. 어디에서 읽었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감명깊게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
아리깜코슈발츠님의 댓글
훔..하니가 쓴 글이겠지? 그래도 하니가 아빠보다 더 크지는 않을테니..갑자기 작게 느껴지는 아버지를 대할 일은 없겠구만.. 수형~~ 요즘 사춘기?? 쓰는 글들이 예사롭지가 않구만.. ㅎㅎㅎㅎ 아..자야하는데..자야하는데... 글과 사진이 나를 붙잡는구만.. 오늘 어버이날이지? 난...어제 학생이 개교기념일이라서 어버이날인줄 알고..미리 엄마,아빠한테 '효도'를 했지.. 아..피같은 돈......일년에 어버이날이 대여섯번은 되는 것 같아.....음...정신이 없는 관계로...나머지 글들은 내일...봐야할듯.....~.~;;(x3)